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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크리스찬이 되는 것에 대하여

기도하기
그간 친분이 있었던 분께 여러번 적극적인 권유를 받고 오늘 '교회'란 곳에 가보게 되었다. 삼성생명 옆에 위치한 서소문교회. 나를 전도(?)하신 분은 연배가 내게 아버지뻘 되시는 분이고, 항상 본받고 싶은 온화함을 가진 분이시기에 감히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또 몇개월 전에 내가 빌딩 기물을 좀 망가트린 걸 고쳐주시는 등 빚을 진 것도 있었기에..

나는 전날 무리한 스케쥴을 소화한 덕에 예배시간에 지각을 해서 죄송해하는 사이, 내 의지는 어디가고 나도 모르게 결국 신자등록까지 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얼떨결에 새 신자 환영식까지 받고..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찬송가도 멜로디가 좋았고 새로운 사회를 접하는 신기함도 있었다. 또 뭔가 내가 속하는 곳이 하나 더 늘어나는 데에 작은 기쁨이 느껴질 것도 같고.. 하지만 그것이 종교이니만큼 의사결정에 많이 조심스러워 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교회에 다니는 것을 좀 더 고민해보고 결정하겠다 말씀드리고 있고 그분은 고민할 게 뭐 있냐 말씀하시지만, 당장의 결정보다는 앞으로 한달 정도 다녀보면서 천천히 결정하려 한다. 신중해야할 것 같다. 나를 이렇게 신경써주신 건 매우 감사하지만, 마음은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다.

지난 내 삶의 종교활동이라면, 중고등학교 시절에 짝사랑했던 여자가 다니는 잠원동 성당에 가서 기타부로 가입해 처음 만져보는 기타로 성가반주를 2년여간 했던 것과, 군대 훈련소에서 남들 하나씩 주는 쵸코파이를 두개나 준다는 유혹에 논산 훈련소 성당에 갔던 것이 전부. (그때 영세받으면 귤까지 준다기에 주저 없이 영세도 받아버렸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하는 종교라는 것은, 의지할 곳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란 생각이 강했던 게 사실이다.(위험한 발언일 수 있으나, 내 개인적인 솔직한 생각이다.) 그렇다고 교회에 다니는 분들을 안좋게 바라보는 건 아니다. 나의 부모님도 모두 교회에 다니고 계시고, 나는 부모님이 편하게 종교생활하시도록 항상 존중드리고 있다.

(그런데 기독교가 다른건 모르겠지만 명절이나 제삿날에 조상들께 절을 하지 않고 기도를 하는 것은 예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있다. 개인적으로는 가문의 18대 장손인 입장이다보니 그런 생각이 더 강했는지 모르겠다. 나의 이런 생각에 어머니는 말씀하신다.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라고.)

사람은 경험의 동물이라 하듯, 내가 겪어온 삶의 고통이나 힘겨움들을 이겨내는 힘은 종교가 아닌 나 스스로의 다짐이었다. 그리고 이걸 더 강하게 해주는 것은 밤마다 하는 운동이었다. 매일밤 6km 달리기를 하면서 지난 하루를 반성하면서 '앞으로는 이러지 말아야지' '내일부터는 뭘 해야겠다' 같은 생각을 한다. 돌아와서는 근력운동과 줄넘기를 하고.. 운동을 하고 나면 판단력도 명확해지고 눈에도 힘이 들어가고 자신감도 생기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듯, 하루하루 성실히 생활하는 것이 종교보다 강한 힘이라고 믿고 있다.

위에 끄적인 글을 다시 읽어보니 내가 참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것 같긴 하다.
급하지 않게, 천천히 생각하려 한다. 내 생각이야 어쨌건 교회라는 곳이 '좋은 곳'이라는 건 분명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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