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1년 넘게 보지못했던 친한 친구 H를 만났습니다.
제가 군대에 있을 때, 훈련을 받다가 발목이 부러져 군병원에 잠시 입원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알게된 친구입니다. 군병원도 그 안에는 서열이라는 게 있어서, 소속부대가 서로 달라도 같은 병실에서는 고참과 후임의 관계가 존재했습니다. H는 저보다 두달 고참이었지요.
H는 군 제대 후, 뒤늦게 영화로 전공을 바꾸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저도 이 친구가 찍는 단편영화에 몇번 출연도 했었답니다.
한번은 주연, 한번은 조연으로. 아래는 제가 출연했던 작품컷.
강남역 교보타워 길건너 뒤편의 조그만 Bar에서 제가 좋아하는 호가든(hoegaarden)을 마시며, 오랜만에 H와 긴 시간 이야기를 했습니다.
요즈음, 자신이 태어난 이래 처음으로 진정한 자유로움을 느끼고 있다는 H.
그 어느때보다 긴장하고 바빠야할 시기임에도 그러한 정신적인 자유로움을 느낄만큼 마음가짐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저는 신기했습니다.
자기 자신이 해야한다고 굳게 생각 하는 일을 하는 것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H에게 전자는 성공에 대한 강박관념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예술과 상업성을 동시에 만족시킨 전설적인 영화감독, 히치콕이 자기 자신의 롤모델이었다고 합니다. 국내 성공했다 할만한 영화감독들, 그들의 롤모델도 히치콕 그 사람이었 듯. 자신이 하고싶은 것과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치하는 운좋은 사람들(?)..
H는,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시나리오를 써오면서도 정작 자신의 마음에 드는 건 하나도 없었다고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가 아닌, 남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써야만 했기때문이지요.
H는 자신의 롤모델을 히치콕에서 데이빗 린치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전자에서 후자로 방향을 튼 것이지요. 이것이 H에게는 정신적인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게된 계기이기도 했나봅니다.
데이빗 린치 감독은, 자기 하고픈대로, 즉, 지 꼴리는대로 찍은 영화를 찍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하더군요.
이 사람의 영화에 대한 네티즌평들을 보면, 이 사람의 작품색깔이 어느 정도는 짐작됩니다.
- 미치는지알았다자다가깨서스토리도이해안되고내가똘빡인가오타쿠가아니어서인가?
- 이거 오타쿠도 똘빡이면 이해못해..똘빡들은 한번엔 절대 이해못해..
- 뇌세포를 휘감는 안개와 거미줄
- 한번 보고 별점 매길 수 있는 자는 천재이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친구 H는, 이번 마음의 리뉴얼을 통해
이제 자기 꼴리는대로, 무엇보다 자신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활동을 할 것이라고.
그래서 이젠 자유를 느끼며, 장편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 합니다.
친구의 활약을 많이 기대하고, 또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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