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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사랑니를 뽑았다

늦게 먹은 저녁이 소화가 좀 된 것 같아서, 냉장고에서 소주와 토닉워터를 꺼냈다. 

오늘은 약속없는 불금이니까, 이렇게나마 위안을 삼아보려 한다.

지난 한 주가 쉽지 않아서인지, 지금 느끼는 여유가 오랜만인 듯 느껴진다.

 

술을 홀짝이면서 넷플릭스나 볼까 싶었는데,

TV로 넷플릭스를 틀어놓고는 습관적으로 노트북을 열고 일을 하려는 내가 급 불쌍하게 느껴져서 창을 모두 닫고, 생각없이 블로그를 열어 보았다.

오랜만에 일기나 좀 쓰고 자야지. 

 

 

+

며칠 전 사랑니를 뽑았다. 

의사선생님은 안뽑아도 되지만 뽑고 싶으면 뽑아주겠다길레 나는 뽑겠다고 했다.  

항상 혓바닥으로 입속을 훑을 때마다 '나는 왜이렇게 이빨이 많을까' 생각을 하곤 했는데, 범인은 사랑니였다. 

뽑아야할 사랑니는 총 3개다. 오른쪽 2개, 왼쪽 1개. 다들 어금니 코스프레 하고 있다. 

 

치과 체어에서 대기하는 동안

내 앞의 모니터에 떠있는 내 엑스레이(CT?) 사진을 폰으로 찍었다.

 

치과에서 찍은 내 이빨 엑스레이 사진

빨간 점으로 표시한게 사랑니들이다. 오른쪽 2개는 며칠전 뽑아서 잘 아물고 있고,

다음주 목요일에 왼쪽 남은 하나를 마저 뽑을 예정이다.

 

내가 가면 항상 나를 담당해주시는 치위생사분이 계신데, 갈 때마다 미안할 정도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정성스럽게 해주셔서 너무 고마운 마음이다. 커리어 멋지게 성장하시고 돈도 많이 벌고 그러셨음 좋겠다. 무엇보다 치과 자체가 과잉진료 안하는 치과이니 앞으로 입소문을 타고 많이 성장할 거라 생각한다.

 

 

.. 고작 이거 쓰면서 소주 한 병을 먹었다.

사진에 보이는 진로 소주가 640ml짜리 인데, 반쯤 남은 걸 다 먹었으니, 한 병 쯤 되겠지.

오늘 운동도 빡세게 했고, 술도 혼자 먹어서 그런지 취기가 빨리 올라오는 느낌이다.

일기는 마무리 짓고 샤워하고 자야겠다. 내일을 위해서.

 

 

+

예전에 블로그에 포스팅을 할 때면, 아무래도 오픈된 공간이다보니 뭔가 인사이트가 있어야할 것 같고 뭔가 있어보여야할 것 같았다. 아무래도 디지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업계에서 일을 했던 경험 때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 한다. Diary 만큼은 남 의식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대로 쓰려고 한다. 사실 내가 그리 생각이 깊은 사람도 아닌데, 뭘 그리 있어보이려고 했었는지, 다 부질없다. 이런 강박아닌 강박이 스스로를 옥죄니, 블로그 포스팅도 여태껏 매번 작심삼일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무엇보다 글을 쓴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맞춤법 만큼은 자신있었는데 요즘들어 헷갈리는 맞춤법도 종종 등장하는 것을 보면 참 그렇다. 대부분 알고 있었는데 내가 쓰지 않아서 잊혀진 것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짧은 사고에 익숙해지고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아무래도 내가 스마트폰과 친하게 지낸 때문이겠지만 요즘 사람들 대부분이 느끼는 것일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보다 진중하게 깊이있는 사고에 익숙해지려면 글을 자주 쓰는게 이를 극복하는 방법이겠지.

 

업무 관련한 포스팅을 할 때는 인사이트를 담아서 도움될만한 경험과 정보들을 담아 글을 쓰겠지만, 

Diary 카테고리에서만큼은 남들에게는 보잘것 없더라도 나에게 인상적인 경험이나 생각이 있었다면 짧게나마 기록으로 남겨두려 한다.